[신간소개/시] 고이오이, 남대희 지음

책소개
시집 『고이오이』는 사라지는 순간들을 오래 바라보는 시인의 감각으로부터 태어났다. 화려한 수사가 아닌, 조용히 침잠하는 언어와 깊은 여백 속에서 일상의 풍경들이 감정의 그릇이 되어 독자의 내면을 두드린다. 바삐 흘러가는 시간 속,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물들이 불현듯 말을 건넬 때, 그 자리에 이 시들이 놓여 있기를 바란다. 조용한 날 독서를 즐기는 이들에게, 이 책은 고요한 공명을 선사한다.
남대희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고이오이』는 ‘말 없는 사물’과 ‘사라지는 찰나’에 대한 시인의 오랜 응시에서 시작된 책이다.
‘고이오이’는 중세 국어에서 유래된 순우리말로, 조용하고 바람조차 멈춘 상태를 뜻한다. 이 생경한 언어는 곧 이 시집 전체의 정서를 압축한 단어다. 거창한 감정이나 서사가 아니라, 창문 위 희미한 손자국, 벽시계가 말없이 되뇌는 오후 두 시, 줄에 매달린 젖은 수건 하나에서 피어나는 감각의 언어.
시인은 말이 줄어드는 만큼 감정의 밀도를 높였고, 여백의 정서를 통해 독자에게 더 큰 울림을 전한다. 특히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장면들을 포착해 정제된 언어로 담아낸 작품들은, 독자의 기억 어딘가에 자리한 풍경과 겹쳐지며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고이오이』는 기억의 가장 낮은 곳, 조용히 침잠해 있던 감정의 층을 건드린다. 그래서 이 시집은 소리 없는 이야기, 그러나 결코 잊히지 않을 이야기로 오래 남는다.

출판사 서평
1. ‘고이오이’, 잊힌 말로 부르는 침묵의 풍경
‘고이오이’는 중세 국어에서 유래된 순우리말로, 조용하고 바람마저 멈춘 상태를 뜻한다. 이 생경하고도 매혹적인 시집 제목은, 독자에게 첫 페이지를 넘기기 전부터 묻는다. “당신의 삶에도, 아무 소리 없는 순간이 있었나요?” 바쁜 삶에 떠밀려 지나쳐온 ‘고요한 장면’들을 시인은 오래도록 응시했고, 그 응시의 결과로 이 시집이 고요히 피어났다.
2. 사물과 시간의 틈을 엿보는 시선
『고이오이』는 거대한 서사나 감정의 폭풍을 노래하지 않는다. 대신, 창문 위에 남은 손자국, 빨랫줄에 걸린 수건, 모서리 닳은 지우개, 고요히 흔들리는 벽시계 같은 사물들이 조용히 독자의 마음을 건드린다. 이 시들은 무심한 일상 속에서 피어난다. 그러나 한 줄, 한 행마다 새겨진 감각은 놀라울 만큼 선명하고 날카롭다.
3. 말 없는 존재들이 전하는 감정의 진동
이 시집에서 가장 빛나는 점은 ‘말을 줄이되 감정을 줄이지 않는 능력’이다. 시인은 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부재, 고요, 기억, 유년, 사랑, 슬픔을 말한다. “가슴팍 단추 하나 / 톡, 떨어졌다” 같은 구절이, 설명 없는 슬픔을 오히려 더 깊게 전한다. 침묵이 침묵을 견디는 방법을 보여주는 시집. 그래서 이 책은 읽는 이의 마음속 비워진 공간을 조용히 채워나간다.
4. 고요함은 오히려 강한 울림이 된다
『고이오이』를 읽고 나면, 우리는 다시 삶을 바라보게 된다. 지금 막 지나간 바람, 문득 마주친 사물, 그리고 그것이 남긴 잔상들. 시인은 이 책을 통해 말한다. “세상은 여전히 속삭이고 있다. 우리가 듣지 못할 뿐.” 그래서 이 시집은 한 편씩 음미하며 읽는 시집이다. 급하지 않게, 조용히, 그러나 깊게 스며든다.
5. 당신만의 ‘고이오이’를 만나기를
『고이오이』는 시인이 세심하게 채집한 시간들의 아카이브이자, 당신이 놓치고 지나온 감정의 기록지다. 소음 가득한 시대에 오히려 ‘조용한 문장’이 큰 울림이 된다면, 이 책이 그 증거가 될 것이다. 무심코 넘긴 페이지 한 장에 담긴 풍경이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의 기억과 겹쳐질지도 모른다. 그 순간, 『고이오이』는 당신의 시집이 된다.
저자 소개
남대희
월간 《우리詩》로 등단
시집
『나무의 속도』, 『어느 날 찾아온 풍경들의 기억』
alchsf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