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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개

[신간도서/소설] 우리가 다녀온 자리

메이킹북스 2026. 6. 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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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삶은 아주 미세하게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소설창작동인 sum*thing이 첫 앤솔러지 『우리가 다녀온 자리』를 출간했다. ‘여행’을 주제로 한 이번 작품집에는 여덟 편의 단편소설이 실렸다. 낯선 장소로의 이동이 마음의 이동으로 이어지는 순간을 포착한다.

 

이 책에서 여행은 배경이 아니라 계기다. 사라진 줄 알았던 기억과 감정이 다시 움직이는 출발점이다. 지나간 관계, 말하지 못한 고백, 잊었다고 믿었던 얼굴과 향기. 작품들은 그 ‘되돌아오는 것들’을 조용히 기록한다.

 

주해진의 「바다마을 리와인드」는 다낭 여행을 통해 과거의 감정을 되감고, 김주욱의 「사라진 것들의 향기」는 감각을 따라 사랑과 이별을 추적한다. 전현서의 「서쪽 사원」은 남겨진 나침반으로 삶의 방향을 묻고, 이월성의 「못난이 인형」은 가족 재회의 이면에 놓인 시간을 그린다. 이종숙의 「항하사 한 줌」은 긴 시간 끝에 남는 의미를, 김태정의 「스콜」은 갑작스러운 감정의 순간을 포착한다. 심예주의 「델리스파이스」는 낯선 공간에서의 균열을, 임미정의 「50센티미터 너머」는 관계의 거리를 섬세하게 다룬다.

 

『우리가 다녀온 자리』는 거창한 사건 대신 작은 흔들림에 주목한다. 사라진 것들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으며, 삶은 어느 순간 다시 미세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이번 앤솔러지는 여덟 명의 작가가 각자의 언어로 건네는,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의 기록이다.

 

 

작가의 말

우리는 지나간 시간을 ‘끝난 일’로 정리하곤 합니다. 이미 지나갔으니, 이제는 말해도 소용없으니, 지금은 다른 삶을 살아야 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삶은 그렇게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말, 사라졌다고 믿었던 얼굴, 잊었다고 생각했던 냄새, 끝내 꺼내지 못한 고백 같은 것들은 마음 한쪽에 남아 있다가 어느 날 예고 없이 다시 돌아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삶은 아주 조용히 멈추거나, 혹은 아주 미세하게 다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이 앤솔러지에 실린 이야기들도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끝난 줄 알았던 계절과 관계, 잊었다고 생각했던 감정들이 다시 돌아와 우리 앞에 조용히 서는 순간들입니다. 이 작품들은 그 기억을 억지로 밀어내거나 덮어두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남아 있는 감정의 결을 천천히 따라가며, 독자가 그 시간을 함께 걸어갈 수 있도록 곁을 내어줍니다.

 

여덟 편의 단편은 서로 다른 키워드와 정서를 품고 있습니다. 되감기와 여행, 질투와 오해, 말하지 못한 비밀을 따라가며 관계의 시간을 다시 펼쳐 보이기도 하고, 냄새의 기억을 통해 사라진 감정의 잔향을 더듬기도 합니다. 또한 윤도라는 물건 하나로 애도와 방향을 이야기하고, 가족의 재회와 침묵의 세월, 낡은 물건이 남긴 시간의 표정을 조용히 비추기도 합니다. 어떤 작품은 모래처럼 쌓인 오랜 시간 속에서 결국 남는 한 줌의 위로를 건져 올리고, 또 어떤 작품은 스콜처럼 쏟아지는 감정의 순간을 음악적 리듬으로 포착합니다. 낯선 여행지에서의 상실과 길 잃음, 무너진 언어를 사랑으로 복원하려는 마음, 그리고 50센티미터 너머의 거리에서 드러나는 관계의 경계와 조용한 연대까지, 이 책은 다양한 삶의 결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야기들은 말합니다. 사라진 것들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남아 우리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고요. 그리고 그 움직임은 늘 아주 조용하게 시작된다고요. 너무 가까워서 상처를 덧내기도 하고, 너무 멀어져서 돌아갈 수 없게 되기도 하는 거리 위에서, 인물들은 흔들리면서도 자신만의 속도로 다시 삶을 향해 걸어갑니다. 그 과정 끝에서 독자 여러분께도 작은 온기와 오래 남는 여운이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들어가는 말> 중에서

책 속으로

사라진 손수건의 자리만큼, 조금의 빈틈이 생겼다. 그리고 그 빈틈으로 새로운 바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34p, <바다마을 리와인드> 중에서

 

엄마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가벼웠다. 잘 말린 시래기 한 묶음 같았다. 어깨뼈가 손에 닿을 때마다 부서질 것 같아, 나는 몸을 힘껏 안지도 못했다. 엄마에게서 슬픈 냄새가 났다. 꿉꿉하고 마른 인비늘 냄새였다.

 

56p, <사라진 것들의 향기> 중에서

 

 

“맞아요, 우리는 뭐든 의미를 부여하려고 애를 쓰죠. 그런 행동은 사실 두려움 때문일 거예요. 하지만 그런 두려움이 우리를 살게 하기도 하죠.”

78p, 「서쪽 사원」 중에서

 

 

3분이면 딱딱한 면과 가루가 짜장면이나 카레, 수프로 변하는 마법을 부리는 시간이다. 있던 게 없어지기도 하고 없던 게 생기기도 하는 시간. 그러니까 우리가 다른 건 당연하다.

 

97p, 「못난이 인형」 중에서

 

항하사에 마음을 담으면 그가 내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144p, 「항하사 한 줌」 중에서

 

“과거를 리셋하는 최고의 방법이 뭔지 아세요?” 지선은 겸손하게 답을 기다렸다. (중략) “어려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새로운 사랑입니다. 증오도 분노도 부끄러움도 사랑 앞에서는 힘을 발휘 못 해요.”

170~172p, 「스콜」중에서

 

뿌리 없이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아.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방인처럼 둥실둥실 부유하는 거야. 그렇게 흔들리지… 그래서 늘… 혼란스럽지.

188p, 「델리스파이스」 중에서

 

남자와의 거리가 겨우 50센티미터인데도 수아는 소리 내어 남자를 부르거나 만질 수가 없었다. 순간 수아는 자신은 그랜드 캐니언 위에, 남자는 협곡 아래 있는 것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226p, 「50센티미터 너머」 중에서

저자 소개

주해진

작가로서 삶의 아픈 조각들을 치유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단지 아픔을 묘사하거나 슬픔을 덧칠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마주하고 견디며, 끝내 회복으로 이끄는 문장을 만들고 싶다.

2020년 《한국문예》에 단편소설 「매일 옷 벗는 여자」로 등단. 2024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사업에 단편소설 「버드세이버」 선정. 단편소설집 『세이지』가 있다.

 

 

김주욱

문학을 사랑하면 그냥 읽으면 되는데 쓰겠다고 한 것이 문제였다. 소설 창작에서 ‘거리’ 두기가 중요하듯 인생에서도 아름다운 ‘거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5회 천강문학상 소설 대상, 제23회 전태일 문학상, 제15회 강릉문학상을 받았다. 최근 단편소설집 『언니들은 가볍게 날아올랐다』를 출간했다.

 

 

전현서

말하는 게 어려워 쓰는 사람이 되었다. 쓰는 게 훨씬 고단하고 두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다시 돌아갈 수 없어 계속 쓴다. 전보다 더 많은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2021년 《한국소설》로 등단.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사업, 경기문화재단(평택시) 창작지원사업에 선정. 2024년 한국문인협회 미주지회 해외문학상 수상. 단편소설집 『탱고』, 여행에세이 『오늘은 태안』(공저), 『도도한 여행 우이도』가 있다.

 

 

이월성

내가 쓰는 글이 사막의 나무였으면 좋겠다. 좀 더 바란다면 ‘비나무’였으면 좋겠다.

1993년 《예술세계》로 수필 등단, 2015년 《한국소설》로 소설 등단. 한국문협서울시문학상, 박종화문학상 수상. 단편소설집 『인간등대』, 『인간등대』 e-book, 『무해한 눈빛들』이 있다.

 

 

이종숙

2013년 계간 《불교문예》 등단. 법계문학상, 한국소설작가상, 직지소설문학상 수상. 우수출판콘텐츠 선정, 경기문화재단 창작지원 선정. 장편소설 『푸른 별의 노래』, 단편소설집 『아 유 레디?』, 『스마일 마켓』. 여행에세이 『오늘은 경주』가 있다.

 

 

김태정

바흐의 무반주 첼로 선율처럼 울림 있는 서사를 쓰고 싶다.

2020년 《한국소설》 등단, 2020년 경북일보 문학대전 은상, 2022년 한국소설 신예작가, 2024년 한국문인협회 미주지회 해외문학상. 단편소설집 『셰어하우스』, 장편동화 『왕 중의 왕』, 공저 『오늘은 태안』, 『오늘은 태백』, 『버터플라이 허그』가 있다.

 

 

심예주

2025년 《한국 문예》 신인상 단편소설 「멜트다운」으로 등단.

2025년 단국문학 신인상 수상.

 

 

임미정

주류의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 사람들, 이방인의 삶과 상처를 이야기로 쓴다. 소설을 통해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따스한 연대를 꿈꾼다.

2021년 『한국소설』에 단편소설 「퍼즐 맞추기」로 등단. 2024년 한국소설 신예작가, 경기문화재단 창작 기금에 선정되었다. 단편소설집 『퍼즐 맞추기』, 『칼과 슈왈츠 마돈나』, 공저 『2024 신예작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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