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빈 합죽선에 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대오리 사이에 녹아든 세월의 흔적들은여러 색으로 칠해지고, 뒤안길에서 부채를 활짝 펴보니 내가 거기에 서 있다.
젊은 속에 숨어 있던 나의 추억들이 칠십이 되어 비로소 주인공이 된 날.
교장 선생님! 보리누름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4월입니다.
항상 밝은 낯빛으로 유쾌함을 전하던 그 웃음이 저 하얀 민들레의 씨앗을 타고
후배들 마음으로 날아옵니다. 건강하십시오.
당신께서 아끼시던 후배들이 오늘도 당신의 안부를 묻습니다.
더 높은 곳에서는 파란 하늘과 터질 듯 부푼 뭉게구름이 색상 대비를 이루며
짙푸른 하늘 속에서 서로 밀고 당기며 희롱하고 있다.
우울하고 초라했던 지난여름의 버거움이 울컥 턱밑까지 치밀어
물 담긴 웅덩이를 더 크게 팔짝 뛰어본다. 새 신을 신은 아이처럼…….
다람쥐의 먹이니 줍지 말라는 공원의 당부에 도토리는 마음껏 자유를 누리고,
어제의 그 자리이지만 물색도 다르고, 풀색도 다르고, 바삐 가는 세월에
몸을 싣지 못하여 반바지에 스미는 차가운 바람을 고스란히 맞는다.
뒷창문을 열고 내려다보니 붉은색의 산책길이
짙은 색상으로 물기가 더해졌음을 알린다.
키 큰 자작나무는 창백한 얼굴로 그동안 불탔던 여름들을 놓아 버리고,
노랗게 변한 잎들에게 고별을 준비한 듯 스쳐가는 바람을 다독이며 가을에 푹 빠져 있다.
지나온 날들, 계절이 변해가는 풍경을 아련한 감성으로 그려내는가 하면,
가족과 인생에 관해 깊이 있는 시선을 던진다.
미리보기
뒤돌아보니 문득 눈앞에
선명히 보이는 것들에 대하여 쓴 책,
<꽃향기에 뒤돌아보니>를 읽고
세월을 통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함께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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