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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저물녘
멀리 오두막집에 등불이 켜집니다
그곳에 당신이 있습니다
자주 못 뵙지만 가끔 뵙습니다
눈발이 거칠어집니다
오두막집은 보이지 않고 불빛만 남습니다
살 비비고 살았던 날 짧았지만 웅덩이가 깊습니다
오두막집 뒤 우뚝 선 미루나무 키가 작아졌습니다
하늘에 눈이 가득 찼습니다
불빛이 흔들립니다
가려진다고 잊히는 곳이 아닙니다
가슴으로 볼 수 있는 곳이기에
<눈 내리는 밤>
<절망, 이렇게 편안한 것을>은 생의 무수한 편린을 웅숭깊은 언어로 그려낸 시집이다.
환하게 피어났다가 이름도 없이 져버린 사람들에게, 그 핍진한 사연에 바치는 헌사다.
<가을처럼>
가을바람이 차다
생의 독기가 빠져나간 자리에
슬픈 빛이 깃든다
죽었다가 깨어나는 것은 잠 아니던가
때문에 썩어 문드러지는 것이 아니라
삭아가는 퇴색 물이 드는 것이리라
문창에 피어나
달 밝은 밤
옥양목 빛으로 풀어해쳐
창가 스치며
하얗게 두근거리더니
눈에 넣을 틈 없이
손닿을 틈 없이
어느새
바람에 품 죽어 긴 한숨
내쉬는 날
<백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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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1292865
절정을 지나버린 변방 어딘가.
그늘진 한구석에서 제 몫의 노래를 시작하는 책,
<절망, 이렇게 편안한 것을>을 통해
절망을 노래하는 화자의 마음을 들여다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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